같은 도시를 여러 번 찾는 사람, 공항 표지판만 봐도 설레는 사람, 출발 전에 여행의 피로부터 계산하는 사람. 여행에 돈과 시간을 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낯선 곳에서 일상을 새롭게 느끼고, 누군가는 책으로 읽었던 세계를 만나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을 얻는다.

「쓴만큼」의 첫 시리즈 「근로소비자」는 내가 벌어서 내가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5화의 주제는 ‘휴식을 위한 소비, 여행’. 매거진B 박은성 편집장, 민음사 해외문학팀 유상훈 편집자, 코요태 멤버이자 포토그래퍼인 빽가(백성현)가 좋아하는 여행지부터 짐을 싸는 습관, 호텔을 고르는 기준과 여행지에서 사 오는 물건까지 이야기했다.

읽기 안내

본 글은 출연자의 인터뷰와 답변서 내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박은성·유상훈·빽가가 영상과 서면으로 들려준 이야기를 읽기 좋게 다듬었으며, 영상에 담기지 않은 답변도 함께 반영했습니다.

YouTube에서 근로소비자 5화 보기 ↗

나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요

박은성

일상이자 비일상이에요. 여행지에서 하는 일도 결국 걷고 먹고 마시고 구경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낯선 환경에 놓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평범한 행위에 더 집중하게 돼요.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 비일상적인 감각을 누리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는 거죠. 저는 그 아이러니가 좋아요.

빽가

제 지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여행이에요. 방송 때문에 옷을 사는 것 말고는 다른 데 돈을 많이 쓰지 않는 편인데, 여행에는 쓰게 돼요. 여권에 도장이 꽉 차서 새 여권을 만들 때면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여러 곳을 다녀왔다는 게 뿌듯하죠. 물건을 사서 두는 것과 달리 여행에서는 제 모든 감각으로 겪고 느끼게 되니까요.

유상훈

공부요. 어릴 때 부모님 덕분에 방학마다 해외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어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경험한 것이 제게는 큰 공부였죠. 책의 겉표지만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보는 일처럼 느껴져요.

많이 다녀도 여행은 여전히 설레나요

박은성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설레요. 저는 여행자를 신분보다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곳에 완전히 속한 사람도 아니고,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이잖아요. 일상에서 제가 해야 할 일들이 잠시 유예되는 상태가 좋아요. 같은 거리를 걸어도 출근하는 사람과 여행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르니까요.

유상훈

저는 예전만큼 설레지는 않아요. 여행을 다녀오려면 돈도 많이 들고 에너지도 필요하다는 걸 너무 잘 알거든요. 돌아와 다시 출근할 때 얼마나 힘들지도 미리 생각하게 되고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공황 증상을 느낀 적도 있어서, 밖으로 나가는 일 자체가 점점 힘들어지기도 했어요. 그런 현실적인 걱정이 설렘을 누르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미리 예약하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어요.

빽가

저는 언제나 설레요. 비행기를 보거나 공항으로 가는 표지판만 봐도요. 한번은 오후 두 시쯤 갑자기 시간이 나서 항공권을 찾아봤는데, 그날 네 시 사십 분 방콕행 비행기가 있었어요. 바로 표를 사고 몇 분 만에 짐을 챙겨 택시를 탔죠. 호텔도 예약하지 않고 떠나서 혼자 사흘 밤을 보내고 왔어요. 그런 식으로라도 떠날 기회가 있으면 가고 싶어요. 떠날 때의 해방감은 언제나 좋아요.

도시와 자연 중 어디를 더 좋아하나요

빽가

둘 다 좋아해요. 쇼핑을 하려면 도시에 가고, 캠핑을 하려면 자연으로 가죠. 히말라야나 인도, 네팔처럼 자연을 보러 가는 여행도 해봤어요. 그런데 이제는 호텔에서 쉬는 것도 좋아요. 방콕에 가서 태닝하고 피자 먹고 맥주 마시며 지내는 식으로요. 여행이라고 매번 뭔가 대단한 걸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박은성

자연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는데, 결국 도시를 고르는 편이에요. 편의와 사람 구경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 어떻게 지내는지 보는 재미가 있고, 필요할 때 원하는 것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편안함도 좋아요.

유상훈

저도 사람이 만든 문명에 가까운 곳이 좋아요. 대자연도 굉장하지만, 저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성취를 보면 감동과 깨달음을 함께 얻거든요. 편리한 시설이 주는 안정감도 있고요. 일하러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만 여행자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도 도시 여행이 실감 나요.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빽가

국내에서는 울릉도요. 친구들과 캠핑하러 갔는데, 바다 색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절벽과 바다가 함께 있는 풍경도 좋았고, 수영하며 놀았던 기억도 좋아요.

해외에서는 포틀랜드를 좋아해요. 가족이 있어서 어릴 때부터 다녔어요. 도시에는 멋있는 곳이 많고, 조금만 나가면 숲과 호수, 강과 산이 있죠. 도시와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그곳에 가면 제 마음도 차분해져요.

박은성

국내에서는 부산이에요. 부산역에서 내려 택시를 탈 때부터 기분이 좋아져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섞여 있고, 그 도시만의 에너지가 느껴져요.

해외에서는 LA를 좋아해요. 가기 전부터 동경했고, 여러 번 다녀온 뒤에도 아직 못 가본 사람처럼 동경하는 곳이에요. 휴대전화 날씨 앱에도 LA를 넣어두고 수시로 봐요. 건조하고 좋은 날씨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이 있거든요.

그 도시에서 느끼는 분위기를 저는 ‘가짜 낙관’이라고 불러요. 꿈을 이루려고 모여드는 사람들도 있고, 그러다 떠나거나 외로워지는 사람들도 있겠죠.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덮을 만큼 날씨가 좋고, 무언가 잘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그 복합적인 느낌까지 포함해 계속 마음이 가는 곳이에요.

유상훈

저도 국내에서는 부산이 좋아요. 대도시와 바다가 함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영도 쪽의 조용한 항구 풍경도 좋고요. 국내 여행을 많이 한 편은 아니지만, 서울 출신인 제게는 사투리를 듣는 것도 여행의 정취를 더해줘요.

해외에서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여러 문화와 역사가 겹겹이 쌓인 도시잖아요. 특히 성 소피아 성당에서 거대한 돔을 바라봤을 때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해요. 오래전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었을까 싶었죠. 인간이 만들어낸 것 앞에서 느끼는 경이로움이었어요.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말을 떠올릴 만큼 감격스러웠죠. 튀르키예 작가의 책을 편집하면서 그 도시의 기억이 불쑥 돌아오기도 했어요.

같은 곳에 자꾸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빽가

저는 방콕에 자주 가요. 물가가 비교적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고, 호텔에서 편하게 쉬기도 좋아요. 푹 쉬고 싶을 때 떠올리는 곳이에요. 꼭 매번 새로운 데를 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가서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아요.

박은성

저는 도쿄요. 봐도 봐도 닳지 않는 도시 같아요. 비싼 곳부터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곳까지 선택의 폭이 넓고, 각각의 수준에서 잘하는 것이 있어요. 도시 안에 여러 층이 있다고 느껴져요.

동네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같은 지역에서도 공원과 카페, 서점과 상점을 이어서 볼 수 있잖아요. 이미 아는 곳에 다시 가는 재미도 있고요. 한번 다녀왔다고 다 보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곳이라 계속 가게 돼요.

유상훈

저도 도쿄를 자주 가요. 가깝고 편리한데 경험할 것은 많거든요. 서점에 가거나 일본 출판물을 보는 재미도 크고요. 마루노우치나 도쿄역, 니혼바시 주변처럼 사람들이 일하고 생활하는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아요. 꼭 유명한 관광지만 찾아다니지 않아도 도시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이 있어요. 한번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가호』가 출간되는 날 도쿄에 도착해서 남들보다 먼저 읽어볼 수 있었어요. 사전 답변을 쓸 때는 한국어판이 문학동네에서 나올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었고요.

나이가 들어 다시 간 도시는 다르게 보이나요

박은성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자라는 동안 서울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경험도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어릴 때는 해외에 나가야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이제는 서울에서도 가능해졌어요. 예전에 갔던 해외 도시를 다시 찾으면 도시가 변한 것만큼, 제가 그곳을 바라보는 기준도 변했다는 걸 느껴요. 비교적 어린 세대는 서울과 해외 도시의 격차가 얼마나 빠르게 줄었는지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죠.

유상훈

저에게는 파리가 그래요. 어릴 때 갔을 때와 프랑스 문학을 읽고 공부한 뒤에 갔을 때가 전혀 달랐어요. 사르트르나 보부아르, 카뮈와 뒤라스의 작품을 읽은 뒤에는 그 사람들이 살고 걸었던 장소가 다르게 보이거든요.

같은 도시인데 제가 읽은 것과 살아온 시간이 그 위에 쌓이는 거예요. 프랑스 문학을 좋아하는 저에게 파리는 놀이공원 같은 곳이에요. 걷다 보면 새로운 경이를 만나게 되고, 전에 지나쳤던 곳에도 이야기가 생겨요. 네다섯 번쯤 갔는데도 다시 갈 이유가 있죠. 파리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한 분도 있지만, 제게는 아주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예요. 서울에 비하면 작은 도시 안을 걸으면서 새로운 경이를 만나고, 루이비통 같은 브랜드를 구경하는 쇼핑의 재미도 있고요.

빽가

저는 어릴 때 갔던 곳을 나이 들어 다시 가서 전혀 다르게 느낀 경험은 딱히 떠오르지 않아요.

기대보다 훨씬 좋았던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박은성

핀란드 헬싱키요. 저는 겨울이 길고 밤이 긴 곳을 좋아하지 않는데, 1월에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헬싱키에 가게 됐어요.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의외로 아주 좋았어요. 모든 것이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데, 그 안에 묘하게 괴짜스럽고 귀여운 면이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느낌도 편안했어요. 도시가 위압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각자의 공간을 지켜주는 것 같았죠. 제가 원래 좋아한다고 생각한 조건과는 다른 곳에서도 호감을 느낄 수 있구나 싶었어요.

유상훈

이탈리아요. 초등학생 때 갔을 때는 덥고 소란스러웠던 기억이 강했어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 여러 지역을 돌면서 인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대도시가 있는가 하면 고대 로마의 흔적이 있고, 지중해 풍경과 베네치아 같은 수상 도시도 있잖아요. 지역마다 전혀 다른 매력이 있어서 슈퍼 마리오의 여러 세계를 옮겨 다니는 것 같았어요. 음식과 와인도 좋았고요. 다만 비에누아즈리 같은 빵은 제 취향에는 프랑스 쪽이 훨씬 좋았어요.

빽가

키르기스스탄이요. 지인들과 바이크를 빌려 캠핑하러 갔는데, 자연이 정말 엄청났어요. 사막 같은 곳을 지나면 협곡이 나오고, 또 초원과 나무가 나와요. 호수 너머로 눈 덮인 산들이 보이고요. 이동하다가 동물 떼가 길을 막아서 기다리기도 했어요. 그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하게 되더라고요. 두 번 다녀왔는데 또 가고 싶은 곳이에요.

여행에서는 계획적인 편인가요

박은성

평소에는 즉흥적인 사람인데 여행에서는 조금 계획적으로 변해요. 그런데 그 계획을 여행지에 도착해서 세운다는 게 문제예요. 지도에 가고 싶은 곳은 잔뜩 표시해두고 동선은 정하지 않은 채 가거든요. 그러다 밤늦게까지 다음 날 어디를 갈지 고민해요.

보고 싶은 게 많으니까 하나라도 더 보려고 점과 점을 연결하죠.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강행군이 되기도 해요. 여행 계획도 벼락치기로 하는 셈이에요.

빽가

저는 원래 굉장히 계획적이에요. 짐을 쌀 때도 샴푸, 린스, 보디워시를 따로 적고, 양말을 몇 개 가져갈지까지 정해요. 예전에 백패킹을 갔다가 먹을 걸 빠뜨려서 산에서 이틀 동안 고생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더 꼼꼼하게 챙기게 됐어요. 갑자기 방콕에 간 건 예상하지 못한 시간이 났을 때의 이야기고, 보통은 계획을 세워요.

유상훈

저는 즉흥적인 편이라 함께 가는 친구가 계획을 세우면 잘 따라가요. 대신 따라가면서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으려고 해요. 회사에서도 마감에 쫓기는데 여행에서까지 시간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 힘들잖아요. 최대한 스트레스 없이 느긋하게 지내고 싶어요. 그래도 필수품은 메모하면서 챙겨요. 도시라면 빠뜨린 물건도 현지에서 구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여행 가방에 꼭 넣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빽가

바람막이요. 더운 곳에 가도 비행기 안은 추울 수 있잖아요. 작게 접히고 부피도 크지 않아서 항상 챙겨요.

박은성

마그네슘 성분이 든 소금 입욕제를 가져가요. 장거리 비행을 하면 몸이 많이 붓는 편인데, 도착해서 입욕제를 풀고 반신욕한 뒤 쉬는 시간을 좋아해요. 저에게는 다음 날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래서 호텔을 고를 때도 욕조가 있는지 보게 돼요.

유상훈

예전에는 출국할 때 향수를 하나씩 샀어요. 여행하는 동안 그 향을 쓰면 나중에 같은 향을 맡았을 때 그 여행이 강하게 떠오르거든요.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냄새가 기억을 불러오는 힘이 크잖아요. 레몬그라스 향을 맡으면 방콕이 떠오르는 것처럼요. 다만 여행을 갈 때마다 사다 보니 향수가 너무 많아져서 이제는 그만뒀어요.

박은성

저도 그랬어요. 여행지에서 향수를 사서 내내 뿌리면 그때의 기억이 향에 남더라고요. 집에 돌아와서도 향을 맡으면 그곳이 떠올랐어요. 저 역시 너무 많이 사게 돼서 지금은 멈췄지만요.

호텔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빽가

위치요. 제가 다니려는 곳과 얼마나 가까운지가 중요해요. 숙소 예약은 아고다를 이용해요.

박은성

저는 전망보다 욕실 상태를 더 중요하게 봐요. 욕실이 널찍하고, 가능하면 욕조가 있으면 좋겠어요. 출장에서는 현지 브랜드 담당자들에게 추천을 받기도 해요. 관광객에게 널리 알려진 곳 말고도 그 지역 사람들이 아는 좋은 호텔이 있거든요.

평소에 정보를 많이 봐두는 편이에요. 여행 직전에 급하게 찾으면 좋은 곳이 잘 안 보일 때가 있어요. 마음에 드는 곳을 지도에 저장해두거나, 출장이 잦은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두면 나중에 도움이 되죠.

유상훈

가격을 보고, 그 여행에서 무엇을 할지 생각해요. 도시를 돌아다니는 게 목적이라면 접근성이 중요하겠죠. 반대로 호텔에서 쉬려고 가는 여행이라면 수영장이나 시설을 더 자세히 봐요. 실제로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도 보고요. 같은 호텔이라도 어떤 여행을 하려는지에 따라 좋은 선택인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쉬러 간 여행이 다시 일로 이어지기도 하나요

박은성

아주 많아요. 상점이 물건을 보여주는 방식, 현지의 작은 브랜드, 잡지와 아트북을 파는 서점, 갤러리가 전시와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까지 모두 업무에 참고할 만한 것이 되죠. 일부러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찾아다닌다기보다 경험한 것이 자연스럽게 쌓였다가 나중에 떠올라요.

휴대전화에도 저나 동행자의 사진보다 참고하려고 찍어둔 사진이 훨씬 많아요. 전시 안내물이나 티켓, 숍카드, 영수증을 넣어주는 봉투 같은 인쇄물도 챙겨오고요. 돌아오면 여행 가방 한쪽에 그런 것들이 쌓여 있어요.

유상훈

여행 중 서점에서 발견한 책이 실제 출간으로 이어진 적이 있어요. 매거진B에서 츠타야를 소개한 걸 보고 관심이 생겨서 서점에 갔는데, 대표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을 발견했어요. 읽어보니 그 기업이 생각하는 가치와 방향이 너무 좋더라고요.

휴가 중인데도 회사에 연락해서 계약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마침 저자의 한국 방문 일정이 잡혀 있어서, 그때에 맞춰 책을 내려고 번역과 편집을 아주 빠르게 진행했죠. 여행에서 마음에 들어 산 책이 제가 만드는 책이 된 거예요. 결과도 좋아서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았어요.

여행지에서 꼭 사 오는 것이 있나요

빽가

도쿄에 가면 넘버 슈가 캐러멜을 사요. 정말 맛있어요.

유상훈

일본에서는 드럭스토어 화장품을 보는 편이에요. 시세이도의 이하다나 고세의 원 바이 고세처럼 제가 써보고 좋았던 제품들이 있어요. 가격에 비해 만족스럽다고 느꼈어요.

박은성

저는 백화점 식품관을 좋아해요. 파리에서는 봉마르쉐 식품관에 가고, 도쿄에서는 긴자 백화점들의 지하 식품관을 둘러봐요. 지역의 과자나 식재료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런던이라면 가을부터 리버티 백화점 꼭대기 층에 들어서는 크리스마스 숍도 좋아해요. 그곳의 식문화를 잘 보여주는 소스나 향신료를 사 오기도 하고요.

영상에서 다 못한 이야기

박은성·유상훈·빽가의 사전 답변에는 여행을 준비하고 기억하는 방식, 캠핑의 매력과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생각도 담겨 있다. 영상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은 이야기를 서면 답변으로 더 읽어본다.

여행 갈 때에도 책을 챙기나요

유상훈

종이책은 가져가지 않아요. 장거리 비행을 할 때 아이패드에 교정 원고나 검토할 원고를 넣어두기는 해요. 하지만 현지에 도착하면 그것도 들여다보지 않아요. 제가 교정해야 할 대상인 한글에서 해방되고 싶거든요.

대신 현지 서점에는 가능하면 들러요. 어떤 작품과 작가가 그곳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는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책을 계속 읽는 것과 그 나라의 서점을 경험하는 건 제게 조금 다른 일이에요.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소비는 어떤 것인가요

박은성

일본의 한 브랜드 매장에서 우연히 오너를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팬심이 더해져서 예정에 없던 물건까지 잔뜩 샀죠.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소비에는 무엇을 샀는지만큼 어디서, 어떤 분위기 속에서 샀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시대마다 그 시절을 대변하는 편집매장이 있잖아요. 그런 곳이 가장 빛나던 때에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물건을 고르는 경험이 기억에 남아요. 2010년대 파리의 콜레뜨나 메르씨가 그랬어요. 거기서 산 게 볼펜 한 자루라도, 물건에 그때의 분위기가 함께 남는 거죠.

나이가 들면서 여행 소비도 달라졌나요

박은성

쓸모는 없어도 아름다운 작은 기념품을 많이 샀는데, 이제는 덜 사요. 저는 컬렉터 기질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대신 유용하면서 존재감이 있는 물건을 고르려고 해요. 가는 곳도 조금 달라졌어요. 힙하다는 곳보다 종교적인 장소나 장대한 자연,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처럼 오래 이름을 지켜온 곳들이 좋아지고 있어요. LA의 그리피스 천문대 같은 곳이요. 새로운 장소만 찾기보다 갔던 도시와 동네, 장소에 다시 가는 묘미도 점점 좋아져요.

유상훈

저도 기념품을 사는 일은 줄었어요. 대신 현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공연을 보는 경험에 돈을 더 쓰고 있어요. 체력 문제는 예전부터 있었으니 언제나 느긋함을 지향해요.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여유 있게 해보고 싶은 거죠.

빽가

옷 취향이 바뀌면서 쇼핑하는 매장 수도 줄었어요. 이제는 쇼핑보다 음식, 옷보다 그릇에 관심이 가요. 그래도 빈티지 숍을 들르는 건 계속하고 있어요.

피하고 싶은 여행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박은성

여행사 패키지는 제게 잘 맞지 않아요. 품질을 믿지 못해서라기보다 누군가 제 대신 여정의 주도권을 갖는 게 싫은 거죠. 비슷한 이유로 크루즈도 선호하지 않아요. 원래 배가 조금 무서운데 영화 「슬픔의 삼각형」을 보고 그 두려움이 더 구체적으로 느껴졌어요. 영화 자체는 좋아해요. 나이가 더 들면 취향이 달라질지도 모르고요.

유상훈

이번이 인생 마지막 여행인 것처럼 시간에 쫓기는 일정은 피하고 싶어요. 여행도 결국 휴식인데, 쫓기다 보면 고된 노동이 되잖아요. 그런 여행이라면 차라리 가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빽가

제게는 홍콩이 잘 맞지 않았어요. 음식도 물가도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어요.

더 늦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도 있나요

박은성

일본의 여러 지역에서 가벼운 트레킹을 해보고 싶어요. 일본의 알프스라고 부르는 가미코치에도 다녀왔죠. 그런데 곰 출몰 주의 표지판과 위급할 때 치는 종을 보고 곰에 대한 공포가 생겼어요. 이후 곰 이야기를 찾아보다가 「코카인 베어」까지 보면서 두려움이 더 커졌고요. 이 영화도 무서움과 별개로 좋아해요. 곰이 더 많아지거나 제 걸음이 더 느려지기 전에 가보고 싶던 지역을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유상훈

남미나 인도는 지금도 나중에도 제 체력과 여행 능력 밖일 것 같아요. 그래도 이집트는 꼭 가보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고대 이집트 그림책을 골똘히 들여다봤거든요. 유럽 박물관에 가면 다른 나라로 옮겨진 이집트 유물이 있는 전시실을 꼭 둘러봐요. 이집트 문명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빽가

에베레스트요. 체력이 떨어질까 봐서라기보다 빙하가 녹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보고 싶어요.

일에 지친 사람에게 어떤 여행을 권하나요

박은성

퇴사 직전까지 지쳐서 절대적인 휴식이 필요한 상태라면 짧은 여행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고민을 잠깐 가려주는 도피가 될 수도 있죠. 차라리 퇴사를 결정한 뒤 홀가분하게, 평소와 전혀 다른 여행을 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우선 떠나야 한다면 강릉 같은 국내 여행지를 권하고 싶어요. 오래 머물 수 있는 숙소를 빌려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지내면서 생각할 시간을 갖는 거예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가벼운 번아웃이라면 발리도 떠올라요. 주변 선후배들이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싶을 때 많이 찾더라고요.

유상훈

저도 휴식만을 위해 떠난다면 발리에 가보고 싶어요. 제가 편집한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도 그렇고 주변에 다녀온 사람들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직접 가보지는 못했어요. 답변을 적을 무렵 김민경 편집자가 발리에 가 있어서, 돌아오면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빽가

저는 방콕을 추천해요. 맛있는 음식도 많고 편하게 쉬기 좋아서요.

혼자 떠날 때와 함께 떠날 때는 어떻게 다른가요

박은성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은 아닌데 여행은 대체로 누군가와 함께 가요. 귀찮음이 많은 성격이라 혼자 가면 스스로 움직일 동기를 만들지 못하고 시간을 허투루 쓸 것 같더라고요. 제가 먼저 떠나고 동행자가 2~3일 뒤에 합류하기도 해요. 그러면 혼자 있는 시간도 적당히 누리고, 함께할 때의 에너지도 얻을 수 있어요.

빽가

저는 혼자 다니는 편이에요. 여행지 안에서는 계속 이동하기보다 한곳에 머무르는 쪽이 좋고요.

유상훈

저는 혼자서는 여행을 잘 못 해요. 누군가와 함께 가고, 한곳에서 오래 지내는 편이 좋아요.

짐을 빠뜨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나요

박은성

어느 정도는 가서 사자는 마음이에요. 유니클로가 있는 나라라면 더 그렇죠. 비행기 이착륙 때 귀가 심하게 먹먹해져서 기압 조절용 귀마개가 꼭 필요한데, 매번 공항에서 사다 보니 집에 스무 개쯤 있어요. 미리 챙기면 될 일인데요.

예전에는 출장 명함을 빠뜨릴까 봐 유난히 신경 썼어요. 그런데 꼭 그렇게 걱정하는 물건을 한 번씩 빼놓더라고요. 그래서 노트북 파우치에 여분의 명함을 늘 넣어둬요. 요즘은 취재 미팅에서 명함을 주고받지 않는 경우도 많아져 부담이 덜해졌고요.

빽가

필요한 것만 챙기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사자는 편이에요. 중요한 걸 놓고 떠난 기억으로는 여행 가방 자체를 빠뜨린 일이 떠올라요.

유상훈

저는 아직 중요한 물건을 놓고 떠난 기억은 없어요. 소설 한 편도 세 번씩 읽는 직업이라, 챙긴 걸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있나 봐요.

숙소를 옮기고 예약하는 데에도 각자의 기준이 있나요

박은성

같은 예산이라면 더 높은 등급 호텔의 일반 객실보다 한 단계 아래 호텔의 코너룸을 좋아해요. 한 도시에서는 한 숙소에 머물고요. 20~30대에 여러 숙소를 옮겨 다녀봤는데 피곤하고 체력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 문을 연 호텔은 아무리 궁금해도 저는 6개월 정도 기다리는 편이에요. 직원들이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니까요. 예약 전에는 호텔 공식 사이트도 봐요. 직접 예약하는 가격이나 혜택이 더 좋을 때가 있어서 비교해보죠.

유상훈

쾌적한 호텔에서 가능하면 계속 머물러요. 숙소를 옮기는 것도 일이니까요. 예약은 스트레스받지 않게 네이버로 가격을 비교하고 빨리 결정하는 편이에요. 다만 여행이 취소될지 모른다는 부담 때문에, 조금 비싸더라도 실제 결제는 일정이 임박했을 때 하는 경우가 많아요.

빽가

저도 한 숙소에 머무르는 편이에요.

여행지에서는 어떤 음식을 찾나요

박은성

개인 여행에서는 한식을 잘 먹지 않지만, 출장이라면 한 번은 먹어야 해요. 익숙한 음식으로 일할 에너지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거든요. 괜찮은 한식당이 없으면 태국 음식을 찾아요. 제 경험상 어느 도시에서든 만족스러운 편이고 정신이 깨어나는 기분도 들어요. 잊을 수 없이 맛있었던 음식을 하나만 꼽기는 어렵지만, 파리에서 먹은 여러 디저트가 떠올라요.

유상훈

저는 현지 음식을 먹어요. 한식은 서울에서도 충분히 먹잖아요. 음식 문화도 여행의 소중한 경험이라, 꼭 한식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제가 먼저 고르지는 않아요.

빽가

저도 현지 음식을 먹는 편이에요. 기억나는 맛은 앤트워프의 와플이에요.

여행의 기억을 집으로 가져오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박은성

도시마다 빈티지 상점을 찾아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라요. 좋은 식료품점에서 사 오는 소스나 향신료처럼, 그 지역의 식문화를 보여주는 것도 좋아하고요.

유상훈

예전에는 도시마다 스타벅스 머그컵을 모았어요. 하지만 수집은 결국 집의 공간과 연결되는 일이더라고요. 제 집이 없는 상황에서 계속 늘리는 건 사치 같아서 그만뒀어요. 대신 마그넷은 꼭 사요. 휴대전화에 있는 사진보다 지난 여행을 바로 떠올리게 해주거든요.

빽가

저는 섬유유연제를 사 와요. 도시별 한정판 같은 것을 따로 모으지는 않아요. 기억에 남는 소비로는 암스테르담에서 샀던 귀여운 디자인의 콘돔들도 있어요.

여행에서 한 소비 가운데 후회되는 것도 있나요

박은성

특별한 사고가 없다면 실패한 여행은 없다고 생각해요. 여행에서 쓴 돈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데, 출국 전 면세점에서 산 물건들은 잊고 싶은 소비 쪽이에요.

유상훈

잊고 싶은 소비는 이미 잊어버려서 잘 기억나지 않네요.

빽가

저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요.

캠핑에서만 느끼는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빽가

아무것도 안 해도 죄책감이 없어요. 알람 없이 눈이 떠질 때 일어나고, 뭘 먹어도 맛있어요. 술도 평소보다 잘 안 취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요. 여행과 가장 다른 점을 꼽으라면 잠자리와 음식인 것 같아요.

국내와 해외의 차이를 딱 잘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자연의 느낌은 달라요. 나무, 하늘, 구름, 별이요. 국내에서는 캠핑 자리 바로 앞에 바다가 있던 울릉도가 기억에 남고, 해외에서는 어디를 봐도 자연이 좋았던 키르기스스탄이 떠올라요.

같은 자연을 반복해서 찾아도 거기에서 얻는 기분이 있어요. 저는 그걸 자연이 주는 고양감이라고 생각해요. 술이나 담배 같은 자극과 다른, 자연에서 직접 얻는 즐거움이죠.

캠핑을 가볍게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면요

빽가

어떤 사람이 캠핑을 좋아하겠느냐고 하면 테트리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떠올라요. 준비하는 방법은 유튜브를 참고해봐도 좋겠고요. 처음부터 장비를 모두 살 필요는 없고, 먼저 살 것을 꼽으라면 의자와 테이블이에요.

출장이 익숙한 사람은 어떻게 다른 여행을 꿈꾸나요

박은성

저는 출장과 여행의 경계가 흐릿한 상태에 이미 익숙해져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휴양지에 머무르거나 자연 깊숙이 들어가는 식으로, 일할 때와 전혀 다른 감각의 여행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행의 흐름에서도 소도시나 특정 동네에 머무는 방식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관광객이 너무 몰리는 문제를 겪다 보니, 유명 명소보다 덜 알려진 지역에서 소소한 경험을 하고 그곳 문화를 있는 그대로 만나고 싶어지는 거죠. 세계의 큰 도시들이 비슷한 문화와 유행을 공유하며 서로 닮아가는 것에 대한 반응이기도 할 거예요.

여러 언어를 알면 여행에서 어떤 점이 좋은가요

유상훈

저는 한국에서도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하는 걸 어려워해서, 언어를 안다고 여행지에서 많은 사람과 대화하는 건 아니에요. 박물관의 작품 설명이나 유적지 안내문을 직접 읽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같아요.

대만 친구를 만났을 때는 인공지능 번역기가 제 입과 목소리가 되어주기도 했어요. 제가 외국어 덕분에 누리던 편의 중에는 이제 번역기에 맡길 수 있는 것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음 여행에서는 무엇을 하고 싶나요

유상훈

도쿄에 또 가고 싶어요. 김포에서 하네다로 가는 편리함을 알고 나니 더 자주 생각나요. 항공료만 비교하기보다 공항을 오가며 쓰는 시간과 수고까지 생각하게 돼요.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에도 돈을 쓸 수 있는 거죠.

박은성

사전 답변을 적던 때에는 US오픈이 열리는 뉴욕에 당장 가고 싶었어요. 다음 1월에는 호주 멜버른에서 호주 오픈을 직접 보고 싶다고도 적었고요. 좋아하는 테니스 선수인 조코비치의 경기를 현장에서 보고 싶은 거예요. 혹시 마지막 호주 오픈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제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더 서두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요즘은 테니스 메이저 대회를 현장에서 보는 일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여행 경험 중 우선순위가 높아요.

빽가

저는 포틀랜드에 가서 NBA 경기를 보고 싶어요.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경기를 맨 앞자리에서 보는 게 꿈이에요. 멀리서 보는 것 말고 바로 앞에서 선수들을 보고 싶어요.

서로에게 여행지를 하나씩 권한다면요

박은성

상훈 님께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를 추천하고 싶어요. 사진이나 글,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여러 번 권한 곳이에요. 거기서 여행을 끝내지 말고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내려오면 좋겠어요. 잉글랜드 북부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풍경을 보는 경험이 근사하거든요.

유상훈

빽가 님께는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마우나케아를 추천하고 싶어요. 사전 답변에서는 사진을 찍는 빽가 님에게 드넓은 풍경과 별을 담을 수 있는 몽골을 먼저 떠올렸고, 마다가스카르도 좋아하실 것 같다고 적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이야기하다 보니 제가 직접 갔던 마우나케아를 권하고 싶어졌어요. 별을 보러 갔을 때 풍경이 정말 좋았거든요. 저도 카메라를 가져갔는데 사진이 흔들려서 잘 담지 못했어요. 사진을 잘 찍는 빽가 님이라면 제가 못 담아온 모습을 멋지게 담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빽가

은성 님께는 원래 포틀랜드를 추천하려고 했는데 이미 다녀오셨더라고요. 그래서 키르기스스탄이요. 그 자연을 꼭 한번 보셨으면 좋겠어요.

여행 이야기는 목적지의 이름에서 시작해 그곳에서 보내고 싶은 시간으로 이어졌다. 같은 도시에 돌아가도 읽은 책과 살아온 경험만큼 풍경이 달라졌다. 쉬기 위해 떠난 여행이 새로운 일을 만나게 하기도 했다. 세 사람이 여행에 쓰는 돈에는 장소를 옮기는 비용뿐 아니라, 평소와 다른 상태로 지내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편집 안내

이 글은 「근로소비자」 5화의 영상 대화에 박은성·유상훈·빽가의 사전 답변을 더한 확장 인터뷰입니다. 본문 답변을 보강하고, 영상에 담기지 않은 별도 사례와 질문은 ‘영상에서 다 못한 이야기’에 모았습니다. 문장은 읽기 좋게 다듬었으며 실제 발언을 그대로 옮긴 속기록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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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만큼」은 돈과 시간을 쓴 만큼 그 사람이 보인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채널입니다. 첫 시리즈 「근로소비자」는 내가 벌어서 내가 쓰는 사람들의 소비와 삶을 이야기합니다.

제작: 마크비전(MarqVision) · 확장 인터뷰의 편집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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